2008년 04월 21일
뉴욕's 더스트

뭐라고 할까, 일단 이 소설은 첩보 스릴러라고 하지만 밀리터리 스릴러에 가깝다. 시대는 2010년의 근미래, 통일을 앞둔 남북한과 중국, 일본, 미국의 세계 정세를 배경으로 한국인인(혹은 이었던) 주인공의 삶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존 이엔-라훌라-이진후 이들은 한 명이자 각각의 인물로 나뉘어있다. 그러나 그들은 해리성 정체장애(다중인격)처럼 분리된 각각의 인격이 아닌, 한국인 이진후가 경계를 세워 나누어둔 한 명의 세 그림자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보통 사람은 하나의 그림자에 실리는 무게도 힘들게 버티는데, 그는 그런 짐을 두개나 더- 혹은 세개나 더 지고 비틀거린다.
그런 식으로 소설의 모두가 처음의 작가서문대로, 잔혹하다. 드넓은 이 세계에서 모두를 홀로 떨어뜨리고, 독자에게 정이 들 만한 캐릭터도 가차없이 무너뜨리며 세계의 선도 악도 공평하게 무너뜨리더니 주인공마저도 버틸 수 있을 한계치까지 계속 몰아넣는다. 마치 작가가 옆에서 독자에게 속삭이는듯 하다.
"찾는게 쉽게 안 보이지. 답답해? 그런데 말야, 이게 진짜 세상이야."
그렇게 계속해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오해할 정도로 몰아가다 결국 끝에서 작가는 주인공을, 독자를 살짝 쓰다듬는다. 가끔은 이런것도 있고, 그래서 과거에 구속되어 살아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처럼. (라훌라라는 이름과 연관지어 글을 읽다보면 어쩐지 불교적인 느낌도 든다.)
노블레스 클럽의 전통일까? 얼음나무 숲도 그러하듯 뉴욕 더스트 역시 요즘의 흔하디 흔한 한국 장르 소설이 아닌, 흔히들 말하는 1세대 소설들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물론 오해의 여지 없게 덧붙여 말하자면, 위에 말한 '요즘의 흔하디 흔한 한국 장르 소설'이란 말은 요즘의 소설을 모두 폄하하는 것도 한국의 소설을 비하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뉴욕 더스트는 특히 소설의 전반에서 다루어지는 FBI/용병/총 등이 포함되는 국가적 밀리터리 시스템과 어우러지는 빠른 전개로 마치 톰 클랜시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이 몇 보인다. 존 이엔에서 가을왕(세한 1세)의 냄새를 맡은 건 문제가 아니지만, 라훌라의 모습에서 먼치킨을 본 사람은 분명 여럿일 것이고 그것이 문제다. 세계는 잔혹하지만 라훌라에게는 그리 잔혹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그도 삶에 괴로워하긴 한다. 그러나 그건 존 이엔이나 이진후가 된 그가 괴로워하는 것이지, 라훌라는 괴로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고통이 대신되는 모습이, 그 과정이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기에 라훌라=존 이엔=이진후는 먼치킨처럼 보인다.
배경이 되는 세계도 모자르다. 설정이 우습다는 것이 아니라, 배경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원인이 된다면(혹은 그렇게 보인다면) 그 배경이 되는 세계 정세의 이야기가 더 깊이 담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말이다. 물론 주인공을 기준으로 돌아가는 파트에서는 필요 이상의 주변 정세를 남길 이유가 없지만, 주인공 외의 인물들의 이야기에서조차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이 바로 아쉬웠다. 한국의 통일이 눈앞인 상황이나, 중국의 내전발생직전, 일본의 야쿠자전쟁, 세계경찰을 자부하지만 그 비중이 축소되어가고 있는 미국 등 이 이야기가 펼쳐질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주인공, 그리고 그가 속한 기관을 위해 세계의 가능성은 축소되었고 그래서 그들은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절정에서 이어지는 결말 부분이다. 갑작스레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결말이 나온다. 도무지 필요도 없고 들어갈 이유도 없는 장면이기에 누군가의 압박에 강제적으로 주입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망이 몰려와 책을 쭉 읽던 중 처음으로 잠깐 덮어버리고 말았다.
이 책은 참 아깝다. 가을왕 시절부터 작가를 좋아했던 이에게는 그리움 혹은 시대의 향수에 대한 애정으로 거리낌없이 권할수 있다. 하지만 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책이니 반드시 읽으라고 선뜻 권하기가 망설여진다. 물론 노블레스 클럽의 기획라인은 특정 마니아들만의 책이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 넓게 읽힐 수 있는 글이기에 드라마나 tv쇼처럼 킬링타임을 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솔직하게 감히 말하건대, 그 마지막 설정은 그런 기획라인 때문에 억지로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수준낮은 의심마저 든다. 그정도로 나는 아쉬워하고 있다. 비빔밥에 너무 많은 재료를 넣었다가 곤욕을 치룬 기억이 있는가? 뉴욕 더스트는 바로 그 지나친 고물의 비빔밥이다. 안에 재료를 지나치게 넣어 그릇 밖으로 내용물이 튀고 맛은 원래 의도했던 그 맛이 나오지 못한 먹을만 하지만 조금 찜찜한 비빔밥. 맛있게 먹긴 했지만 좀 찜찜한, 이건 넣지 말걸, 괜히 넣어서 아쉽다 하는 그 느낌. 그거다.
하지만 분명 비빔밥은 맛있었고, 글은 분명 재미있었다. 병주고 약주고 하는 기분이지만 분명 그렇다.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 작가에 대한 신뢰도 변함없다. 과연 세번째 라인업 작품은 얼마나 재미가 있을지 기대가 된다.
*세번째 작품은 윤현승 작가님의 라크리모사, 4/14일 출판. 현재 렛츠리뷰에 등록되어 있다. 물론 신청할 예정이다.
뉴욕 더스트오승환 지음 / 로크미디어
덧붙여, 후일 야랑님이 또, 더 재밌는 글을 보여줄 것이란 신뢰가 있기에 그의 차기작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다. 그게 독자의 즐거움(이자 괴로움;)이고, 더욱이 나는 그의 오랜 팬중 하나니까 더욱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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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그 옛날 가을왕 출판사로 보낸 팬레터가 도착하였을런지(...)
어찌 되었는지 답장은 없었고 소년의 마음에는 수능의 펜촉이 꽂혀 슬피 울었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흑흑 학교에서 판타지 읽지 말란거 읽다가 가을왕 책이 쪼개지도론 맞았던 추억도 있었더랬지요.
친구에게 빌려줬더니 한참 지난 후에 대여점에 반납한 거 같다고 잃어버린 놈도 있었습니다(이색히 그러고보니 책값도 안줬어!)
여러가지로 가을왕에 얽힌 추억이 가득한지라 이번 렛츠리뷰를 보자마자 신청했고, 기쁘게도 당첨이 됐습니다. 아 세한 느낌이 들 때는 가을왕도 다시 읽고 싶지만 6권 전권을 제주에 고이 모셔두고 온지라 마음만 한강을 건너~ 남해를 건너~ 무조건 아니 잠깐(...) 하여간 그렇습니다. 잇힝만 날리며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다녔습니다. 또한 이글루스 완소포인트 증가(...)
그나저나 또 벼락리뷰네요. 성실리뷰한다더니.
그리고 성실공부한다더니!

아놔 내일 전자기학 시험인데 아주 잘 하는 짓이다(...) 이놈의 시험기간한정세상만사오락증후군(일명 'Under the C Syndrome:or hardly but if you are lucky, Let it B Syndrome')은 변하질 않아요.
그럼 이제 리뷰도 썼겠다 다시 암울한 라이프로 돌아갑니다. 싸코,코코,마싸, 싸싸,코싸,코, 코,마싸,영~ 구직각 찍고~(...)
# by | 2008/04/21 22:51 | Tale-책, 글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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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짤방의 덕...
은 아니고.
헤헤;
아쉬움이 남으신 작품이군요. 세번째 라크리모사를 신청해볼까 고민고민고민 중입니다. 흐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