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병맛

"뒷집 노가 죽었다고 앞집 이가 탓하나"


잠시 법과 예절은 모두 뇌 뒤편으로 제쳐두고 때려주고 싶다능...

IT 강국을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 매일 포스팅 거리를 지급하는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근데 안믿어 누가 믿냐

민중의 지팡이를 회초리로 쓰질 않나 이메일을 까질 않나 대한 늬우스는 또 뭐야... 아 개토레이들...


뭐 이번달만 해도 포스팅거리 최소 수십개가 있죠? 트위터 이란시위 4대강 영정 미디어법 녹색성장 서민정책 등등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링크도 못대겠네요.

장마가 찾아오기 전에 장마가 드리운 알흠다운 나라 꼬라지에 결국 담배를 익혔습니다. 한 삼주 된 것 같은데 심란할 때만 손대자 다짐하고 피기 시작했죠. 그리고 지금껏 한 네보루는 피운듯.

그제부터 예비군 삼일간 또 여섯갑은 피운듯. 내 건강 책임져라!

국가원수가 정말 국가원수다운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지요.

심신 건강하신 가카의 옥체 사진 일부를 보여드립니다.

알콜과 담배를 권하는 사회시대 참 좋습니다.(사회가 뭔 죄겠어요)

by 불량먹보 | 2009/06/25 01:20 | 생활의 중얼중얼 | 트랙백 | 덧글(0)

01의 시대에 고고孤高를 탐하는

LP와 LD의 시대가 저 멀리 역사와 사람들의 기억 사이로 숨어들어 버린 후 테이프가 패권을 잡았던 때가 있었습니다만 그것 역시 과거의 일부가 되어버린 지금 우리의 곁에 있는 것은 CD와 MP3라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들이 우리의 귀를 책임지는 요즘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했던 아날로그 친구들이 그립다는 건 꽤나 겉멋 가득한 거짓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글쎄요 제대로 아날로그 음원을 맛보지도 못한 청년은 왜 경험하지도 못한 과거에 향수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01의 친구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청년은 말합니다만 언제나 그 만족 속에 자그마한 구멍에 있다며 그 구멍이 무엇인지 그 구멍이 무엇으로 채워져야 할 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두가 디지털에 익숙하고 누구도 CD의 존재에 의문을 갖지 않는 아날로그의 생존이 지속이 생명이 수준미달의 농담거리에나 쓰이는 시대에서 청년이 만족할 특별함이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득 청년이 향수를 쫒는 그 자체가 구멍을 메꿔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사람의 가치가 얼마인지 수치로 나타내는 건 제 능력 밖인것만 같아서
예, 그래요 단지 그것이면 족할 것 같습니다.

by 불량먹보 | 2009/06/20 00:56 | 조금씩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겨울에 바치는 국화 (부제: 기억)

어떻게인가 우리는 당연하듯 사랑했다.
영화마냥 서로에게 빨간 국화를 건네고
나서는 걸음마다 기대가 섞이던 봄부터
낙엽이 모두 썩어갈 때까지만 해도

겨울, 너는 안녕을 말했다
묵직하게 가슴을 때리는 파리한 입술에서
입김은 해일처럼 생겨났다 쓸려갔고
내 앙다문 어금니들 떨어질 줄 몰랐다

어느 때보다도 냉혹했던 겨울바람
가득히 침묵으로 얼룩진 언 땅
허공에 흩어진 말의 분자들만
고막에 진득하게 죽어 굳어져 그대로

다시 수많은 해일이 몰아치는 12월
메마른 눈물 자국도 지워지고
죽은 감정 위로 살아나는 기억만이
귓바퀴를 오롯이 맴돈다

시간에 묻힌 낙엽 위로 소담히 눈은 쌓이고
거리에 빠르게 찍히는 발자국들을 보며
목도리 위로 나는 입김을 흘리고
국화를 생각했다.

by 불량먹보 | 2009/06/20 00:54 | 조금씩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이벤트용





6월 25일 대규모 업데이트가 기대됩니다. 아크라 바심 과연? 흑룡삼형제는 잡다 잡다 지쳐서 이제... 새로운 몹이 기다려지네요.

글은 안쓰고 게임이나 하고 있고 그걸 인증까지 하고 있으니 참 잘하는 짓... 에헤헤 -_-;

by 불량먹보 | 2009/06/19 12:07 | Tale-게임 | 트랙백 | 덧글(0)

소녀의 샌드위치

"엄마, 샌드위치 하나 만들어 주세요!"

소녀는 엄마가 만들어준 훌륭한 샌드위치를 가지고 길을 걸었습니다. 가장자리를 잘라낸 말랑한 우윳빛 토스트 사이에 빨간 토마토 소스와 노오란 치즈가 있고 그 사이 적절한 양의 달콤한 샐러드가 있는 100점 만점의 영양만점 샌드위치였지요.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엄마가 종이로 감싸준 샌드위치를 오물대며 길을 걷던 소녀는 한 손을 들고 모두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는 광대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광대에게 인사하지 않았지요. 소녀는 안쓰러움을 느껴 광대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소녀가 바로 앞에 가도 광대는 여전히 손을 들고 인사를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소녀에게는 인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소녀는 볼을 부풀려 화가 났음을 과시했지만 광대는 그것도 본척 만척,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인사만 계속 하고 있었지요. 소녀는 자신의 훌륭한 샌드위치를 보여준다면 그가 자신에게 손을 내리고 인사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녀는 까치발을 하고 서서 광대의 얼굴 아래서 샌드위치를 든 작은 손을 끙차 흔들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번쩍 든 한 손을 내려 샌드위치를 받지도, 빨간 코를 움찔하지도 않고 애매한 방향으로 시선을 향한 그대로 아무런 반응도 없이 서 있었습니다. 소녀가 계속 샌드위치를 눈 앞에서 흔들어대도 광대는 마치 성벽처럼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말해주었습니다.

"얘야, 그건 진짜 사람이 아니야. 그건 인형이란다."

"인형요? 인형 아저씨는 배고프지 않아요?"

"살아있지 않거든."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주머니는 귀찮아지는 걸 느끼고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아주머니와의 대화로 뭔가 시들어진 재미에 소녀는 흔들던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샌드위치는 엄마가 만들어준 그 오묘한 맛 대신 밋밋한 맛만을 전해 주었습니다. 소녀는 울면서 샌드위치를 떨어뜨렸습니다.

"미워요."

소녀는 광대와 그 앞의 샌드위치를 놔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에는 눈이 가득 왔었습니다. 눈은 지붕에도 거리에도 나무 위에도 햄버거 가게의 감시 카메라 위에도 가득 내렸습니다. 나무 위에 쌓이던 눈들은 가느다란 가지를 부러뜨려 버렸고 부러진 가지는 햄버거 가게의 지붕에 떨어지며 지붕 위에 있던 화분을 옆으로 밀어냈습니다. 화분은 한번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다 결국 아래로 톡 떨어지고 말았지요. 아래서 묵묵히 눈을 맞으며 주변을 둘러보던 카메라는 난데없이 화분을 머리에 맞고는 고장이 나 버렸습니다.
카메라가 땅에 떨이진 잠시 후, 뽀드득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늦은 밤 달님도 함박눈에 즐거워하느라 누가 이 늦은 밤 거리를 걷는지 몰랐었지요.

거실에서는 따스한 벽난로에서 장작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옆의 방에서 소녀는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때 똑똑, 똑똑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소녀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부비며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빨간 장갑을 낀 손이 안녕 인사를 하고 있었지요. 소녀는 놀라 겁을 먹고는 이불을 더 끌어당겼습니다.

"누구세요?"

소녀는 눈만 빼꼼히 이불 밖으로 내놓고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고맙다 얘야, 참 맛있는 샌드위치였단다."

소녀는 이불 위로 벌떡 일어났습니다.

"광대 아저씨!"

소녀는 토끼인형을 끌며 창가로 다가갔지만, 이미 광대는 보이지 않았고 달빛 아래 커다란 발자국만이 눈밭 위에 남아 있었답니다.
다음 날, 발자국을 보고 집 주변에 도둑이 든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부모님께 다가가 소녀는 말했답니다.

"엄마, 샌드위치 두 개 만들어 주세요!"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by 불량먹보 | 2009/06/18 21:26 | 조금씩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춤출 이는 따로 있는데

삶을 어떻게든 담으려는 시도가 무색하게 펜은 당최 마음에 드는 글을 내질 않는다
펜을 던지고 책상에 엎드리자 나무결의 주름 사이사이 텅빈 눈들 기울어진 채 나를 본다
죽어버린 삶 뒤에 기쁨도 죽고 영광도 죽고 노력도 죽어버려 관만 가득한 납골당 안에서
너는 무엇인데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냐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

나는 가끔 생각했다 내가 무언가 대단한 인물이 되고자 했다면 뭔가 조금 더 노력했으면 되었을 거라고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단지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지 내가 하지 못한 것이 아니며 내가 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그렇게 자신에게 매일같이 매사 되뇌였으니 내가 술로도 담배로도 나를 위로할 필요가 없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머리도 감지 않고 이도 닦지 않고 눈꼽 가득 안경테 사이에 굽이진 가운데 내 펜은 저기 마룻바닥 위에 차갑게 식어가고 엎드린 채 펜을 바라보며 그 안의 죽어가는 잉크를 생각하다 애도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누구도 알지 못할 어느 어둠컴컴한 구석에서 죽어버린 영광과 그 뒤를 이어 목을 멘 분칠 가득한 노력 그리고 그 뒤에서 박수치는 관중이 연상되자 나는 갑자기 구역질이 올라왔다.
그사이 대답없는 책상 갈라진 윙크를 보냈을까

창문 사이 고동처럼 우풍이 새고 아득히 멀어져가는 의식 너머
가족도 애인도 사랑도 그 사이에 나도 은근히 껴 인사없이 무대를 나가는데
우울하게 깜빡이는 형광등 빛에 앙코르된 펜의 그림자만
그럴리 없는 흔들림에 춤을 춘다.

by 불량먹보 | 2009/06/18 21:25 | 조금씩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다섯가지 구성에 충실한 브루드워

덩치 좋은 청개구리 길을 걷다 꽃뱀 아씨 만났네
작업걸다 청개구리 꼬리로 뺨을 맞고 분노하네
어따대고 비늘 털어대 잡을 곳 없는 멱살을 잡으려는데
꽃뱀 뒤로 얼굴에 비늘자국 가득한 뱀형씨들
어엉 거기 무슨 일이야 인상을 팍팍 쓰고 처다보니
청개구리 움찔해서 두고보자 소리치고 도망갔네
이렇게 발단이 이루어지고

청개구리 쏜살같이 집에 가서 형님형님 불러대니
머리에 뿔달린 개구리가 나타나네 이름하야 황소개구리
뭔일이냐 아우야 호랑이한테 뺏은 담배연기 뿜는데
아우 그냥 곰도 엎드릴 무시무시함이 느껴져요
청개구리 과장섞어 뱀들에게 당한 억울함을 호소하니
황소개구리 아니 이런 잡놈들 애들 모아 벌떡 일어나고
이렇게 전개가 시작되네

도로를 걸을 때는 최대한 터프하게 러프하게 가자
폼나게 폴짝폴짝 뛰어가서 개구리들 버럭 외쳐
파충류 튀어나와 양서류랑 한판붙자!
풋살하던 살모사 실뜨기하던 실뱀 부동산업자 땅뱀
다들 꼬리 떨고 머리 세우며 튀어나와 쉿쉿 외쳐
유사 닭고기맛들 육지에서 물먹어볼래!
이렇게 위기가 몰아닥쳐

실뱀들 모여 그물이 되고 땅뱀 땅꾼마냥 휙 던지니
잡개구리들 몽땅 낚여 순식간에 일망타진 땅뱀 씨익
그래 이런 기분이라면 땅꾼도 할만하지 그순간
날아드는 뿔 태클 땅뱀 날아가고 살모사 자갈을 던져
청개구리 등뒤에 매둔 피리 꺼내 홈런 타자만루
아로미 네덕이야 눈물반짝 울지않는 청개구리 다시 전장으로
이렇게 절정에 도달하네

한참 싸우다보니 정오 쓰러진 부상자들 꾸물꿈틀
뿔꺾이고 얼굴 달아오른 헬구리 더할테냐 만용부려
도복입은 백사 가소롭다 혀를 날름 위기가 다시
그때 나타난다 우리 인간 아이들 노래부르며
뱀이다~ 뱀이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다~
개구리다~ 개구리다~ 상동한 개구리다~
이렇게 결말 하여간 인간이 그것도 애들이 최고라는거
사실 얘네들이 싸우지 않아도 알고 있었잖아?

by 불량먹보 | 2009/06/18 21:23 | 조금씩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나비 박물관

은장도 온몸에 두른 장미였지만
그답게 나비는 너무도 쉽게 농락한다
떨리는 꽃잎 뒤로 유유히 날개펴
몸에 감은 꽃가루 가볍게 흔들다가

아뿔싸, 교차된 실 하얀 그물 온몸에
퍼덕이고 더듬이를 꿈틀여보지만
벗어날 수 없고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
깊은 내장에 날카로운 통증이 박힌다.

이놈이 거미구나 찰나 머리를 스쳐
장미도 심지어 할미꽃도 모두 내 것인데
이렇게 이렇게 죽어서는 아니되는데…
꼬물대던 더듬이 곧 자그맣게 경직

이어 낭비없는 손가락 핀셋 세심히
알콜과 침핀에 한량의 증거 가차없이 사라지고
투명한 유리 안 생소한 이름 아래 걸린 채
수많은 종족의 사체들 옆에 같이 아름답게
세계에서 벗어나 시간에 눌러 붙었다.

by 불량먹보 | 2009/06/18 21:23 | 조금씩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봄이여 안녕하여라

내 가진 비밀 가난하고
하얀 가난 하나 그대 위해 있어
외그루 더욱 고독해졌다.

하지만 그대 아는가 옹이 안
오랜 이야기로 돈독히 다져진 벗도
깊은 수심 가득히 방울져 흐른 날도
가냘픈 빈곤의 잎맥 가득 채워 올랐음을.

도담하게 머무르라 그대, 노래되어
꽃도 지고 태양도 저물어 잊혀진
별빛 하나 없는 겨울 밤 아래서도
봄 품은 내 가난만은 안녕하여라.

by 불량먹보 | 2009/06/18 21:22 | 조금씩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단편) 단무지는 서럽게 웁니다

단무지는 서럽게 웁니다. - 정봉규


내 친구 하나를 더 먹기 위해 뺨을 맞던 유머가 돌던 때도 옛날, 요즘은 그런 유머의 소재로도 쓸 수 없는 신세가 된 지 오래다. 탕수육이나 짜장면 혹은 짬뽕같은 주 메뉴에만 수저와 젓가락이 오간다. 어쩌다 젓가락의 궤도가 다르다 싶다하면 반찬도 아닌 주제에 반찬처럼 매냥 함께오는 군만두에게로 향하니 어쩌리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내 동료들은 언제나 한입 물린 상태로 짜장 속에서 헤엄치거나 짬뽕 국물 안에 담긴 수치 때문에 주홍색으로 달아오른 채로 퍼런 통에 담겨 가게로 돌아온다. 그들이 음식물 쓰레기 수분제거제에서 압착될 때 지르는 비명이란!
우리 사이에 떠도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영웅적인 단무지. 그 단무지는 나무젓가락이 스칠 때 찹쌀마냥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은 덕에 짜장 속에 섞여 반만 물려 잘리지도 않고 통째로 먹힐 수 있었다고 한다. 아, 나도 그런 용기만 그런 기회만 가질 수 있다면! 곱게 들인 노란 물 모두 빼 다시 흰속살 보이도록 내 몸 깊숙한 소금기 아낌없이 던져줄 수 있으리.

"~ 학관 3층! 단무지 셋!"

내가 담겨있던 그릇이 밖으로 나왔다. 아, 드디어 내 기회가 돌아온 것이다. 어딘가 다른 가게에서는 깨끗이 돌아온다면 씻어져 한번 더 배달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 가게는 그렇지가 않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난 가지런히 친구들과 함께 하얀 스티로폼 용기에 담겼다. 그리고 쇠로 된 가방에 김이 모락모란 나는 주 메뉴들과 함께 빠른 손길로 이송되었다. 우리는 거칠게 흔들리는 가방 안에서 숨을 죽이고 어서 빨리 빛을 보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흔들렸을까, "배달왔습니다!" 목소리와 함께 덜컹거림이 끝나고, 드디어- 빛이 보였다.
나는 철가방에서 나오며 눈부심에 몸을 떨었다. 빛 속에 사람들이 있었다. 아아, 드디어 식사될 때가 왔구나. 나는 희망에 차 돈을 건내는 손을 애절히 바라보았다. 과연 저들이 양파와 춘장 내가 있는 이 스티포롬의 랩을 벗겨줄 것인가? 그랬다! 부처님 못지않게 자비로운 손이 우리에게 다가와 하얀 비닐을 모두 찢어발겼다.
기회가 왔다! 우리는 최대한 먹음직스럽게 가지런히 놓이려 애썼다. 젓가락의 봉투들을 찢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이제 곧! 젓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리로! 이리로 젓가락이 오고 있었다! 그 앞에서 옥수수와 완두콩이 올려진 짜장면도, 오징어를 흔들며 젓가락을 유혹하는 그 옆의 짬뽕도, 가운데 소스가 부어진 채 김이 오르는 탕수육마저 무시한 채 젓가락은 바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길이 보였다. 심지어 젓가락은 천사로 저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처럼 보일 정도였다. 다가온다 왔다!
이럴수가. 젓가락이 나를 집었다. 나를? 나를? 나를 집다니! 한숨쉬는 양파와 얼굴빛이 검어진 춘장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젓가락의 따스함에서 씨앗 시절 날 뿌려주던 농부의 손길이 떠오르며 나는 한없는 포근함을 느꼈다. 그때.
탁.
저 멀리서 갑자기 진동이 느껴지더니 젓가락이 흔들리며 나를 잡은 틈이 벌어졌다. 어어? 이게 무슨…? 젓가락이 멀어지고 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각도 하기 전에 중력을 느끼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천국에서 떨어지는 것이 이런 것인가? 루시퍼란 자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모든 것이 심지어 빛조차도 내 눈에서 사라지고 오직 저 위에서 점점 작아지는 젓가락만이 보였다.
안돼!
그리고 충격이 날 강타했다. 먼지가 내 몸에 달라붙어가며 나는 마지막 숨을 토해냈다. 이렇게 가다니.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어둠이 날 덮어왔다.



"앗 미안."

"에이, 단무지 떨어뜨렸네. 주워 버려라."

"탕수육이나 먹어야지."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

by 불량먹보 | 2009/06/18 21:19 | 조금씩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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