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샌드위치 하나 만들어 주세요!"
소녀는 엄마가 만들어준 훌륭한 샌드위치를 가지고 길을 걸었습니다. 가장자리를 잘라낸 말랑한 우윳빛 토스트 사이에 빨간 토마토 소스와 노오란 치즈가 있고 그 사이 적절한 양의 달콤한 샐러드가 있는 100점 만점의 영양만점 샌드위치였지요.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엄마가 종이로 감싸준 샌드위치를 오물대며 길을 걷던 소녀는 한 손을 들고 모두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는 광대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광대에게 인사하지 않았지요. 소녀는 안쓰러움을 느껴 광대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소녀가 바로 앞에 가도 광대는 여전히 손을 들고 인사를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소녀에게는 인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소녀는 볼을 부풀려 화가 났음을 과시했지만 광대는 그것도 본척 만척,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인사만 계속 하고 있었지요. 소녀는 자신의 훌륭한 샌드위치를 보여준다면 그가 자신에게 손을 내리고 인사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녀는 까치발을 하고 서서 광대의 얼굴 아래서 샌드위치를 든 작은 손을 끙차 흔들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번쩍 든 한 손을 내려 샌드위치를 받지도, 빨간 코를 움찔하지도 않고 애매한 방향으로 시선을 향한 그대로 아무런 반응도 없이 서 있었습니다. 소녀가 계속 샌드위치를 눈 앞에서 흔들어대도 광대는 마치 성벽처럼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말해주었습니다.
"얘야, 그건 진짜 사람이 아니야. 그건 인형이란다."
"인형요? 인형 아저씨는 배고프지 않아요?"
"살아있지 않거든."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주머니는 귀찮아지는 걸 느끼고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아주머니와의 대화로 뭔가 시들어진 재미에 소녀는 흔들던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샌드위치는 엄마가 만들어준 그 오묘한 맛 대신 밋밋한 맛만을 전해 주었습니다. 소녀는 울면서 샌드위치를 떨어뜨렸습니다.
"미워요."
소녀는 광대와 그 앞의 샌드위치를 놔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에는 눈이 가득 왔었습니다. 눈은 지붕에도 거리에도 나무 위에도 햄버거 가게의 감시 카메라 위에도 가득 내렸습니다. 나무 위에 쌓이던 눈들은 가느다란 가지를 부러뜨려 버렸고 부러진 가지는 햄버거 가게의 지붕에 떨어지며 지붕 위에 있던 화분을 옆으로 밀어냈습니다. 화분은 한번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다 결국 아래로 톡 떨어지고 말았지요. 아래서 묵묵히 눈을 맞으며 주변을 둘러보던 카메라는 난데없이 화분을 머리에 맞고는 고장이 나 버렸습니다.
카메라가 땅에 떨이진 잠시 후, 뽀드득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늦은 밤 달님도 함박눈에 즐거워하느라 누가 이 늦은 밤 거리를 걷는지 몰랐었지요.
거실에서는 따스한 벽난로에서 장작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옆의 방에서 소녀는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때 똑똑, 똑똑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소녀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부비며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빨간 장갑을 낀 손이 안녕 인사를 하고 있었지요. 소녀는 놀라 겁을 먹고는 이불을 더 끌어당겼습니다.
"누구세요?"
소녀는 눈만 빼꼼히 이불 밖으로 내놓고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고맙다 얘야, 참 맛있는 샌드위치였단다."
소녀는 이불 위로 벌떡 일어났습니다.
"광대 아저씨!"
소녀는 토끼인형을 끌며 창가로 다가갔지만, 이미 광대는 보이지 않았고 달빛 아래 커다란 발자국만이 눈밭 위에 남아 있었답니다.
다음 날, 발자국을 보고 집 주변에 도둑이 든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부모님께 다가가 소녀는 말했답니다.
"엄마, 샌드위치 두 개 만들어 주세요!"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 소설가 동맹